조금 더 3월의 하루가 있었으면 좋겟지만 아쉬운 3월 마지막의 월요일날 시작이다. 모두 다같이 정해놓은 날짜이니 3월이 얼마 안남은 것에 대해 큰 미련은 없지만 벌써라는 단어가 머리속을 쓰친다. 늘상 해오던 월요일과 같이 카페 청소를 하고 페트병을 분리수거해서 버리고 책상을 정리하고 집에 오는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으며 오늘 하루를 어떻게살아볼지 머릿속을 정리해본다. 월요일 오전엔 많은 일이 있는것이 아니어서 몇가지 서류와 메일 정리만 하면 될듯하여 카페에서 집에 돌아와 간단한 아침과 집안 청소와 설거지를 해놓고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출근을 했다. 날이 조금 차갑지만 뉴스에서 얘기한 만큼의 꽃샘추위는 아니어서 바람이 내몸에 전하는 거부감없이 느린 페달을 밟아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사무실에 도착 후 커피와 함께 뉴스를 검색하고 기사를 보고 어제 흘러간 일요일를 정리해 본다. 오다가 잠깐 의자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보며 나의 삶도 저 흐르는 물처럼 바위에 부딪히면 옆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길 바래본다.
어젠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가볍게 등산복 차림을 하고 집 앞 산에 올랐다. 아내는 공부를 하러 학원에가고 애들도 가자의 스켸쥴이 있어 집을 나가서 홀가분하게 김밥과 커피와 물을 사서 등산로 입구로 도착했다. 많은 분들이 등산을 막 시작하려고 등산로 입구로 모여들었고 등산을 이미 마친분들도 먼지를 털고 각자의 발걸음으로 자기만의 골목으로 조금씩 사라졌다. 들어오는 분들과 나가는 분들이 서로 엉켜 등산로 입구는 조금 분주했지만 날씨는 쾌청해서 많은 분들의 웃음과 얘기들과 노래소리가 입구에 가득 흘럿고 그 번바함이 싫지않다고 생각할 쯔음 발걸음은 조금씩 산 안쪽으로 옮겨줬고 이후론 금새 소리들는 멀어져서 홀로 등산길을 걷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땐 일요일 오전에 등산한다는게 여간해서 어려운 일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일요일 오전을 보내고 금방 오전이 지나면 점심을 같이하고 산책을하고 혹은 시장을 방문해서 생활비품을 사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책들과 추가 강의가 있다던 학원과 시험준비를 위한 독서실을 데리러 왔다갔다하며 자연스럽게 시간은 흘러갔고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자리에 앉아 일주일 보낸시간들에 대해 얘기하고 저녁을 먹으며 마무리하면 다시 바쁜 월요일이 기다리고 날 깨웠던거 같다. 이런 일과가 늘상 반복되는것은 아니었지만 주로 주중에 미뤄놓은 일들이 주말에 몰려 늘 분주했던 기억이 나고 나홀로 어딘가를 가는 것은 참 오랜만이라서 조금 낯설었지만 또 한편으론 홀가분하니 나만의 시간을 같는것이 한없이 좋았다. 이젠 아이들도 각자의 스켸쥴이 있고 아내도 자기만의 할일이 생기고 나니 주말 오후엔 나홀 보낼수 있는 시간이 조금식 주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한들 이제까지 특별한 취미가 있는것도 아니어서 가끔 낚시를 가고 지인들과 골프를 치고 여행을 갔지만 딱히 취미라고 할것까지는 못되어 무얼해야하는지의 생각과 그에 따른 금전적인 고민과 돈을 벌지 않고 취미를 즐겨도 되는지에 대한 상념들이 상충하며 가장 근벙하기 쉬운 집근처의 산행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게된다. 취미생활을 한 들 그렇게 비용적으로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과 그정도의 여유는 있지만 온전히 주말 시간을 그렇게 보내지 못하는 건 아직 나의 어떤 의무감과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직장생활 할때엔 시간이 나면 무얼 해보고 싶다는 것들이 무척이나 많았는데 막상 시간이 주어지니 무얼 해야하는지 고민이 생겨 다른 중년의 동년배들은 무얼하며 지내는지 궁금하기도하고 무엇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것인지 고민이라서 역시나 각 개인마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낄수 없는 감정일듯 하다. 주말을 온전히 취미생활로 보내기엔 아직 무언가를 찾지 못했고 무엇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스스로가 조금 안타깝지만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도 꾸준히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들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정상에 오르는 길에 진달래가 이제 막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번 산행때만해도 보이지 않았던 꽃이며 옆은 푸르름이 조금씩 휑했던 숲나무들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겨울엔 겨울이 계속될거 같고 앙상한 나무들도 그대로일거 같지만 언제 겨울이엇나는듯이 푸르름이 곧 산정상을 채울것이고 그 푸르름이 한철내내 이어질 것이다.
이름 모를 청아한 새소리와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잎들과 바람소리가 호젓한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산사의 목탁소리와 도시아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산행을 마치고 일요일과 작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