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저녁, 퇴근 후 약속이 있어 도심 선줄집에 가는 길에 예기치 못한 전화가 동생에게서 걸려왔다. 시골 동생이 평일에 전화하는 일이 드물어서 무슨일인지 전화를 받으면서도 마음속에서 무슨일이 있나하고 살짝 긴장감이 흘렀지만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전화음성에 귀를 기울렸다. 그렇치만 설마는 역시나 커다란 슬픔으로 나에게 전달되었다. 시골에서 살면서 직장을 다니던 오랜 친구의 별세 소식이었다. 처음엔 정말인지 다시금 물었고 두번째는 짧은 탄식과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전에 몸이 안좋아서 작년 가을에 직장도 관두고 몸조리를 한다는 얘기와 아버지 작고시에도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문자 메세지를 받고 몸이 안좋구나라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빨리 악화되어 먼저 소천 할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더욱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골에 있는 다른 친구들과 한번 찾아가서 위로를 전한다는 것이 이젠 영원히 볼수 없는 상태로 되어버리고 나니 알수없는 무력감과 후회가 밀려왔다. 시간은 흘러갔고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아쉬움만 남겨져 있다. 언제나 곁에 있을거 같지만 언제나 그대로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는듯 세월은 무심이 흘러간다.
급하게 서둘러서 차를 운전하고 시골에 도착했고 짐을 풀고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어린 아이들과 남겨진 가족들을 보고 깊은 슬픔이 내 가슴속에서 차올랐고 미리 연락해서 얼굴도 못본것이 무척이나 후회가되었다. 잠시 멍하니 자리에 앉아서 옛추억을 더듬으며 한때 아름다웠던만 힘들었던 그시절을 상기했다. 젊지만 불안했고 가진것이 없으니 무언가를 끊임없이 얻고 이루고자했던 그시절, 힘겨웠던 그시절이 지나버렸고 이젠 어느덧 중년이 되버린 지금과 아직도 이루지 못햇던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며 산다는게 무엇인지에 고민이 가슴 한구석에서 밀려오고 밀려갔다. 고민을 해봐야 끝이 없음을 알고 있기에 주어진 시간속에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만이 내가 할수 있는 유일한 선택임을 믿고 나아갈 뿐이다. 친구의 남아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슬픔을 딛고 잘 일어서서 다시 그들만의 평화로운 하루 하루가되기를 기도한다.
시골 벗꽃나무에도 꽃들이 피기시작했다. 바람이 따뜻해지고 개구리도 울것이다. 먼저간 친구가 저 높은 하늘에선 아프지않게 행복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