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호암산(삼성산)에 홀로 산행을 했다. 오랜만에 등산가방을 꺼내고 모자를 쓰고 간이의자를 준비하고 11시경 출발하니 등산로 입구는 이미 파장의 분위기로 늘입구에서 팔던 간식거리는 문을 닫았고 편의점만이 나를 반겼다. 거의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오전에 일찍 올라간듯 했다. 올라가서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가볍게 김밥과 커피와 음료수를 사서 넣고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겨보았다. 근 1년만이라 산은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했고 내가 알던 오솔길이 그대로 인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일요일 조금 늦은 출발이라 중간만 잠깐 갔다가 내려온다는 계획에 올라갔는데 조금씩 나아가다보니 끝까지 가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체 구간을 한바뀌 돌고자 마음먹고 힘들면 바위나 의자에 앉아 아픔 다리를 매만졌다.
다행이 늦은 산행이라 사람들은 없었고 호젓이 홀로 주위를 만끽하고 잡념의 무게를 하나둘씩 내려놓고 산행 그자체를 즐겼다. 이런저런 고민거리와 집안일들과 사업들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조금씩 내려놓으며 바로 앞의 돌계단만 열심히 보고 한걸음씩 내딛었고 계속되던 가파른 고개를 지나 어느덧 평탄한 길의 산행을 할수 있었다. 올라와 평탄을 걸으며 생각해보니 거창하진 않지만 우리의 삶도 때론 힘든 고갯길이 있고 그 고갯길이 계속될거 같지만 조금씩 오늘을 살며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다시 힘든구간이 지나고 평탄한 길이 나올것이라는 믿음이 문뜩 떠올랐다. 무엇이든 영원한건 없다. 평탄길이 나오다가 언제가는 다시 힘든 고갯길이 나올것이다. 그것은 삶이 계속되는 한 반복되어 질것이고 그것이 보통사람의 인생이 아닌가 생각하며 홀로 콧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점심때가 한참 지나서 내가 사는 곳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에 앉아 미리싸온 김밥과 컵라면과 음료수를 먹고 계속 가야하나 아니면 이쯤에서 정리하고 내려갈까 잠시 고민을 한 후 조금 일찍 간들 집에서 특별한 일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힘들지만 전체구간을 다돌고 집으로 가자고 마음먹고 다시 일어나 앞길을 재촉했다. 조금씩 시간은 흐르고 오후 3-4시가되니 등산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홀로 등산길을 걷다보니 빡빡한 도시건물과는 또다른 홀가분한 느낌도 들었지만 해지기전에 집에 갈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이제 조금씩 마음에 들어와서 조금 발걸음을 빨리하고 나아갔다. 다행이 내가 알던 구간의 나무들과 우물과 오솔길들은 크게 변함이 없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었다. 오솔길 옆낙옆은 그대로 떨어져서 쌓였고 누가 치우지 않고 가져갈 일이 없으니 그대로 쌓여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고 아직 봄은 일러 꽃들은 피지 않았다. 조금 이름봄의 오솔길은 쓸쓸함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필요에 따라 꽃들을 피울것이다. 해질무렵 마지막 절에 들르니 사람들이 조금 보였고 절에서도 한참을 더 내려가야해서 서둘러 합장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산을 내려왔다.
이미 많은 시간을 걸은 상태라 무릎은 조금씩 아파왔고 조금 쉬었다 걸으면 잠시 그때뿐 다시 무릎 한쪽이 아파왔다. 예전에는 이런일이 없었는데 하는 당황스러움과 벌써 나이가 들어서 이런가하는 알수없는 서글픔과 오늘 너무 무리했다는 후회감이 동시에 물려왔지만 기왕에 벌어진일 늦지만 천천히 내딛을수 밖에 없었다. 뒤로도 걸어보고 옆으로 걸어보고 크게도 내딛어보고 작게도 내딛어보고 여러시도를 해보고 앉아서 두드려도 보았지만 통증은 한동한 계속 되었다. 다행이 멀리 민가 식당이 보였고 산행이 끝나감에 안도하며 평지에 다다를수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평지에서 천천히 조금 쉬었다 다시 걸으니 통증은 약해졌고 다시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오는듯 했다. 아마도 내려오는 경사도가 심해서 무릎에 압력이 가해져 통증이 오지 않았나 혼자 생각해보았다.
산행을 끝내고 산끝자락에 있는 유원지 식당가를 내려오며 비가오지않아 말라버린 계곡과 일요일 저녁시간임에도 식당엔 사람들이 많치 않았다. 예전엔 동일시간데에 무척이나 많이 붐비던 기억과 왁자지컬하던 노래가락이 흘러나오지 않았고 활기참이 없는걸보면 물론 아직 봄이 일러서 그럴수도 있고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연유로 오늘만 없을 상황일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는 이불경기가 나만의 착각이길 바래보며 을씨런스러운 상가거리를 걸었고 이 많은 식당 카페 사장님들은 어떻게 운영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내코가 석자인데 누굴 걱정하나하고 있지라고 혼자말로 되내이며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다행이 늦지않게 집에 왔고 도착하니 시나브로 날이 벌써 어두웠지만 마음은 상쾌했다. 포기하려던 무언가를 끝까지 해냈다는 보람이랄까? 모르겠다. 홀로 산행은 정말 오랜만이라서 그런걸까?
가다 쉬다 6시간동안 등산을 한후 샤워를 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오랜만에 조금 무리한 등산을 한후 일찍 잠이 들었다. 몸은 피곤하고 다리도 아팠지만 괜찮은 하루였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것이다. 다들 힘든 구간이라고 한다. 이구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르지만 그너머 평탄한 길이 있음을 믿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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