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산책을 하며

유토미 2023. 3. 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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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주가 지나고 새로운 한주 월요일의 시작이다. 라디오에서 경칩이라는 말이 여러번 나와서 오늘이 음력상 경칩이라는 것과 이제 봄이 시작되는건가하는 생각사이로 잠자리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할때쯤음 오늘 내가 해야될일들이 떠오른다. 둘째아이의 고등학교 등교로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하는 동안 나도 더이상 누워있지못하고 깨어나 대충 얼굴을 씻고 카페 청소를 하러 차를 욺직였다. 카페에 도착해서 내부청소와 계단과 의자를 정리하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설겆이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다. 날은 맑고 거리는 이미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되며 정체되가는 중이다. 다들 어느길로 가는지 안부를 묻고 싶다. 저전거를 꺼내서 현관문을 나서고 출입문을 통과한 후 첫 외부아침공기를 들이키며 힘차게 페달을 밟아본다.

역시 바람은 한결 순해졌다. 일주일전엔 두꺼운 외투와 목돌이와 장갑을 끼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다면 오늘은 가벼운 외투만 걸치고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을 지나왔는데도 그리 춥다는 느낌이 없었다. 봄이 오는 듯하다. 물론 몇번의 추위가 다시 오겠지만 작년 겨울에 비하면 훨씬 누그러진 온도와 바람이 내 빰을 스쳐가는것을 느끼곤 한다.
그 온도와 바람은 이제 여름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나의 옷차림은 가벼워 질것이고 그렇게 또 한번의 여름이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작년 겨울엔 그렇게 바라던 여름인데 막상 여름이 되면 겨울이 그리워 진다는 것을 내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 만족하지 못하는 나의 변덕스러운 성격이 못마당할때가 많치만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사무실로 도착해서 하루를 시작해본다.

어제는 집근처에서 산책을 했다. 산책이라해봐야 그냥 걷고 얘기하고 흐르는 강물과 옆 버들나무와 오리들과 물속 잉어들을 보는 것이지만 사는곳 바로옆에 하천이 있어서 마음의 위로가 된다. 그렇게 동내한바퀴를 돌아보면서 커피 한잔과 한주동안 있었던 일과 앞으로의 한주동안의 일들에 대해 서로 얘기할 상대가 있는 것만으로 요즈음은 살만한거 같다. 산책을 하면서 우리와 다른길에서 휠체어를 끌고 산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따듯한 온도와 맑은 하늘이어서 오랜만에 산책을 나온듯 보였다. 그분들은 윗쪽에서 걸었고 우리는 아래쪽 길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걸어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눈길이 갔다. 조금 야윈듯 의자에 앉아계신분은 아직 겨울 모자를 쓰고있었고 다리에는 춥지않게 모포를 덮고 계셨다. 뒤에서 밀어주시는 분은 자녀분인듯 했다. 앉아계신분이 어머니인지는 확인하지 못해서 알수 없었지만 뒤에서 다정스럽게 얘기하고 즐겁게 웃으며 밀어주고 때론 멈춰서 강가를 보고 웃는 모습에 두분이 모녀 같다는 생각이 든건 어쩌면 모녀이기에 그럴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다.

때론 얘기하고 멀리 하천를 바라보기도 했고 그렇게 한동안 같은 쪽으로 나아가다 서로다른 길에 다다라 볼수 없어 멀어졌지만 또한 물어보지 않은 이상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지금은 몸이 불편한 그분은 그딸을 그만큼 키우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를 했을까하는 존경심과 그 아픔과 정성를 알기에 그분의 딸이 이젠 그분의 보호자가 되어 다정히 얘기하며 휠체어를 뒤에서 밀고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짐작만 하고 그분이 좀더 건강하시길 기원해보았다. 그분을 보면서 휠체어를 타지 않고 내발로 걷고 느끼고 달릴수 있고 어디든 갈수 있는 난 얼마나 많은 것을 갖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더 갖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요즈음 나를 반성하게 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위에서 중년이라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젊지도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중간쯤(중년?)이 되고보니 생활하는데 약간의 불편한점이 찾아온다. 먼저 시력이 예전만 못해서 가까이 있는 글은 읽을 수가 없다. 특히나 핸드폰 글씨가 작어서 안경이 아니면 여간 불편한것이 많다. 물론 아직 멀리 떨어진 글씨는 잘보이지만 어쟀든 안경이 이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볼때면 필수로 지니고 다녀야한다. 물땐 이동시에는 안경을 안쓰지만 그렇다고 안가지고 다닐수도 없어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겪어보니 안경쓰신 분들의 불편함이 이해가 되고 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몸소 체험하면서 다가온다. 또다른 하나는 요즈음 가끔 단어가 잘 생각이 안난다. 분명 머리속에선 알겠는데 표현하는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인터넷을 뒤지거나 옆사람에게 단어에 대한 설명을 하고서야 상대편이 얘기해주면 그제서야 단어가 생각나고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하는 스스로의 안타까움을 속으로만 삭힐뿐이다. 나이 먹어감의 자연스러운 형상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지만 아쉽고 허탈한건 사실이다.

지난 직장생활시 수많은 약속과 전화와 다음날 기억도 나지않을 술자리와 늦은 밤 귀가에 그렇게 벗어나고픈 때가 있었다. 사람과의 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시절이었다. 이제 벗어나서 한가롭게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멍하니 호수를 보고 풍경을 음미한다. 때론 점심후 산책도하고 책도보고 음악도 듣고 한가롭게 하루를 보내자면 가끔 그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 여름에 겨울이 그리운 것처럼....그러나 알고있다. 그 무더웠던 여름.. 그대 간절히 갈망했던 그때가 지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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